서비스와 플랫폼, 그리고 집무실

IT산업에서‘서비스’와 ‘플랫폼’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많은 관점이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구분한다.

  • ‘서비스’: 자기 혼자 돈을 많이 번다.
  • ‘플랫폼’: 자기를 통해 다른 사람이나 회사 등이 돈을 많이 벌어야 자기도 돈을 번다.

사업적 난이도 측면에서 당연히 서비스보다 플랫폼이 만들기 어렵지만, 만들면 더 오래가고 훨씬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로켓펀치는 플랫폼이다. 로켓펀치를 사용하는 회사나 개인들이 산업계에서 유명해져야 로켓펀치도 유명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플랫폼 적 특성 덕에 20억 원도 채 안 되는 투자금으로 연 360만 명, 경제활동인구 7명 중에 1명이 쓰는 서비스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집무실은 어떤가? 아직은 서비스다. 아직은 집무실이 잘 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나 회사가 돈을 더 많이 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사무실’은 침대를 제외하고 경제활동인구가 제일 오랜 시간 머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비스들이 사용자들의 하루 시간 중 1분을 더 점유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데, ‘사무공간’은 사용자들이 기본적으로 하루 8시간 이상 머무르는 곳이다. 사용자들의 매일 경험하는 8시간을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더 가치 있게 만들어 파트너들이 돈을 벌 수 있게 만들면 된다.

그런 맥락에서 로켓펀치-엔스파이어 합병 후 집무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브랜드 전략에 깊은 이해를 가진 김성민 대표님이 나에게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집무실이 더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한 말은 참으로 흥미롭다. IT서비스에서 이야기 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방법이, 결국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과 똑같다는 의미니까.

사실 집무실은 처음부터 일하는 사람들의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로켓펀치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기획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직 1호점 밖에 없지만, 우리 의도를 벌써 알아채신 많은 회사에서 협업 제안을 주고 계신다는 것이다. 플랫폼을 꿈꾸며 구조를 잡았던 사업이, 정말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는 지금 상황이 사업기획자로서 퍽 만족스럽다.

자랑삼아 덧붙이는 몇몇 업계 리더분들의 집무실에 대한 코멘트.

“어떤 분들이기에 여기에 이런 좋은 컨셉의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를 시작하신건가 싶었다. 비즈니스 배경의 사람들이 하기엔 감도가 이해가 안되고, 디자인 배경의 사람들이 하기엔 비즈니스 방향성이 이해가 안되었다.”

월간디자인 전은경 편집장님

“한자가 어우러진 깔끔한 로고와 모던한 색감, ‘집 근처 공유오피스’ ‘집 근처 사무실’이라는 흥미로운 컨셉에 끌려 꼭 가보고 싶었는데 지인 찬스로 구석구석 들여다 볼 수 있었음.”

박지호 대표님 (어반스페이스오디세이 co-founder / 현대카드 DIVE advisor / 대림문화재단 이사)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잡고자 노력한 집무실 공간 구성

덧붙임 – 이 글을 갈무리 하는 동안 빌게이츠가 생각하는 플랫폼의 기준에 대해서 알게되었다. 이른바 ‘빌게이츠 라인’

“플랫폼은 그것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경제적 가치가 그것을 창조하는 회사의 가치를 초과할 때입니다. 그래야 플랫폼이라고 부를 수 있어요.”

애플과 페이스북의 고객 데이타 확보 경쟁, 반목속에 실질적 동맹 가능성

버티는 것 vs. 포기하지 않는 것

2019년 연말 즈음, 가깝게 지내는 학교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후배 – 그동안 사업하면서 어려운 순간 많았을 텐데, 어떻게 버텼습니까?

이 후배도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라, 일이 계획대로 잘 풀리지 않는 상황 많이 겪었을 내 생각이 궁금했던 것이리라. 내 생각을 이야기하려다가 ‘버텼다’라는 단어가 영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말을 먼저 했다.

나 – ‘어떻게 버텼냐?’ 보다 ‘어떻게 포기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버틴다고 하면 그냥 제자리만 지키는 느낌인데, 난 꽉 막힌 상황을 풀기 위해서 계속 이런저런 시도를 했거든. 그래서 수동적인 느낌의 ‘버틴다’보다는 능동적인 느낌의 ‘포기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쓰면 좋겠네.

잘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이런저런 방법을 계속 시도하는 건 많은 위인들이 삶을 살았던 방식이다. 에디슨도 ‘전구를 만들던 과정에서 겪은 수천 번의 실패를 어떻게 이겨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전구를 만들지 못하는 수천 가지 방법을 발견한 것뿐이다’라고 답했다고 하지 않는가?

나와의 대화는 그 후배의 처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내가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후배는 2019년보다는 훨씬 잘되고 있는 것 같다.

🎵 덧붙임 – 일이 잘 안 풀릴 때 틀어두면 위안을 얻는 곡 ‘그대에게’. 신해철 씨는 자신이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을 때, 가족의 눈을 피해 이불속에서 멜로디언을 불어가며 이 곡을 썼고, 이 곡으로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그가 꿈꾸던 삶을 시작한다. 신해철 씨가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포기할 수 없다’라고 노래하는 대상은 ‘음악’이라고 한다.

함께읽기 : “졌다는 사실에 지지 마세요

억만장자의 겸손함에 대하여 –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나에게는 서울대 창업동아리 시절에 만나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금융 업계 종사자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가끔 나에게 테크 산업 종사자로서 어떤 기술 기업에 대한 의견을 묻곤 하시는데, 2019년 말 우리의 대화 주제는 우버와 위워크 등의 문제로 큰 타격을 입은 소프트뱅크였다.

  • 선배의 질문 : 소프트뱅크 어떻게 될 것 같니? 투자해야 할까?
  • 나의 대답 : 네 저라면 투자합니다. 선배나 제가 한 10조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칩시다. 평생 써도 다 못 쓸 돈 가지고 있는데 남한테 가서 아쉬운 소리 하고 싶을까요? 그런데 손정의 사장님은 자기 일에 필요하니까, 자기보다 돈 더 많은 사람, 빌 살만 왕세자 찾아가서 투자 요청을 하셨다더라고요. 그 정도 돈 가지고 있어도 여전히 다음 목표가 있고, 그 목표 앞에서 겸손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안될 수가 없다고 봐요.

그렇다. 내가 언급한 일화는 비전 펀드 결성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사우디의 실세로 꼽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부왕세자를 비롯한 500명의 대표단이 도착하자 소프트뱅크는 재빨리 면담 일정을 잡았다.

손 사장은 사우디 국부펀드(PIF) 수장인 야시르 알루마얀,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 석유장관, 마제드 빈 압둘라 알카사비 무역·투자장관을 줄줄이 만났으며 맨 마지막에는 빈 살만 알사우드 부왕세자를 직접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

손 사장은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알리바바, 슈퍼셀, 야후 재팬 등 성공적인 투자사례를 열거하며 사우디 마음 사로잡기 나섰다.

– 100조원 펀드 만든 손정의, 어떻게 석유왕국 사우디 마음 샀을까 (연합뉴스, 2016.10.19)

투자 유치 과정에서 갑을 관계는 명확하다. 투자를 요청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을’일수 밖에 없다. 가진 재산이 수십조 원 넘는 자산가가 다음 도전을 위해 을의 입장에서 아쉬운 소리를 하는 장면이 쉽게 상상이 되는가?

손정의 사장님의 겸손함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창업을 하기 전에 일했던 곰앤컴퍼니(곰플레이어, 곰TV 등을 서비스하는 회사)의 임원 중 한분이 소프트뱅크 임원을 만나기 위해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로 출장을 가셨을 때의 일이다. 예정된 미팅을 끝내고 나오는데, 소프트뱅크 임원 비서들이 일정표를 이리저리 확인하더니, 오늘은 손정의 사장님 다른 미팅이 있으셔서 인사 나누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란다. 원래 손정의 사장님을 만날 예정은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손정의 사장님은 본사에 방문하는 분들은 예정에 없더라도 시간이 되면 짧게라도 만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으라고 요청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소프트뱅크 본사에 미팅을 올 정도면, 자기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낸 사람일 것이다. 이미 수십조 원을 가졌지만,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서 정보를 얻으려는 그 겸손함이 손정의라는 사람을 지금 그 자리에 있게 한 것이 아닐까?

나와 그 선배가 대화를 나눈 후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50% 이상 올랐다. 당시 문제를 일으켰던 투자사들은 코로나 19로 인해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했는데도 말이다. 냉정한 자본 시장에서 소프트뱅크는 왜 이렇게 평가되고 있을까? 위에서 언급된 이야기들에 그 답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 더 읽을거리 : 손정의 회장 소프트뱅크 월드 기조강연 (2019년 7월)

Masayoshi Son (孫正義) on July 11, 2008

2019년 회고

올해도 잘한 것들 위주로 돌아보는 한 해 회고.

잘한 일 또는 잘한 결정

  • 회사 본사를 만들고 이사를 한 것 — 회사는 효율성이 높아졌고, 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 로켓펀치의 비대해진 기능을 과감히 정리한 것 — 적고보니 2018년 회고에도 프로젝트 정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비대해진 것을 나중에 정리하는 것보다, 그런 상황을 최소화 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님을 만나 조직 실행 속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은 것 (조직의 실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천억짜리 조언 –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님과의 대화) — 우리 팀의 실행 속도가 2020년에 매우 빨라진다면, 다 김재현 대표님의 덕이다.
  • 맞춤 안경을 맞춘 것 (@브리즘)
  • 실손 보험에 가입하고, 청약 통장을 만든 것 (드디어!)

아쉬운 일 또는 잘못한 결정

  • 로켓펀치 성장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 — 2020년에는 결과로 말할 수 있기를.
  • 책을 적게 읽고, 글을 많이 쓰지 못한 것 — 2020년에는 더 읽고, 더 써야한다.
  • 운동 중 부상으로 병원에 자주 다닌 것 — 2020년부터는 다치지 말자.

올해의 글

올해의 사진

 2019년 종교개혁주일 中

올해의 책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Raising the Floor)’

2019년 올해의 책

2019년 독서 목록

  1. 무엇이 조직을 움직이는가
  2. 링크
  3. 벌거벗은 통계학
  4.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
  5. 하이아웃풋 매니지먼트 (서평)
  6. 사업을 한다는 것 (서평)
  7. 비즈니스 거장에게 배운다
  8. 시간 단축 기술
  9. 더 골 (마무리 못함)
  10. 독재자의 핸드북 (마무리 못함)
  11.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12. 스틱
  13. 배민다움 (마무리 못함)
  14. The one page proposal (읽었던 책 다시 읽기)
  15.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읽었던 책 다시 읽기)

바쁘다는 핑계로 2018년보다 책을 가까이 못한 한해. 2020년에는 독서 모임에 부끄럽지 않게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

2019년 올해의 책

2019년 내 생각을 가장 넓혀준 책은 ‘노동의 미래와 기본소득(Raising the Floor) ‘이다. 소프트웨어, 더 구체적으로는 AI의 발달로 인류의 직업 구조가 크게 바뀔 것이 자명한 이 시대에 인류가 노동과 복지를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이야기 하는 책이다. 개인적 관점에서도, 로켓펀치라는 직업과 밀접한 플랫폼의 대표 관점에서도 생각할 것이 많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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