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창업하면 포기해야 하는 네 가지 – (1) 돈

본론에 앞서

며칠 전에 ‘청년 창업 유감’이라는 글을 썼습니다.

-청년 창업 유감-

청년 창업과 관련해서 새로 생기는 행사, 신규 단체 – 많아도 너무 많다. 때로는 거품도 필요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이건 너무 심하다. 창업 동아리 신규 모집에 몇 년 전보다 몇 배가 넘는 인원이 몰리지 않나, 기업가 정신과 별 상관 없던 모임에서 갑자기 ‘창업’을 외치지 않나…

닷컴 버블이 꺼지고 ‘벤처=사기꾼’ 취급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창업 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배로서 지금 학교에 있는 후배들이 걱정된다. 창업을 하면 겪게 될 수많은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창업은 간지(!)나는 일이다, 창업하면 너희들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속삭이는 사회 분위기가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든다.

올해 후배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줄 기회가 오면, 과거 몇 년 동안처럼 ‘창업해라, 도전 해 볼만한 일이다’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창업하면 얼마나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야기 해줘야겠다. 창업 할거면 적어도 그 정도 ‘개고생’은 각오하고 하라고. 그래야 견딜 테니까.

사랑하는 창업 동아리 후배들아, 제발 우쭐해 지지 말고, 1~2년 지나고 나서 이 거품이 사라져도 그 무관심과 주변의 시선에 굴하지 마라. 혹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해라. 창업은 정말 힘들다.

창업해서 열심히 만 하면 못해도 본전은 건진다는 것은 충분한 시장 규모를 가진 바다 건너 있는 어떤 나라 이야기다. 창업해서 몇 개월 만에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 그걸 내 이야기로 착각하지 마라. 그런 일이 드물기 때문에 기사에 나는 거다. 모두 다 그러면 왜 그게 기사화 되겠나?

창업을 결심하면 각오해야 할 것이 많다. 몇 푼 안될지언정 너와 네 부모님, 친구들의 돈을 몽땅 날릴 수도 있고, 정말 마음 잘 맞던 친구와 원수가 될지도 모르고,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을 지도 모르며, ‘옆집 자식은 취직 해서 돈 많이 벌어서 가져온다 던데…’ 류의 자존심 상하는 비교를 당할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창업해라. 현실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그 정신이 아름다운 것이고, 진짜 박수 받을만한 일이니까.

–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에 도전하고 있는 선배로부터.

오랜만에 돌아온 학교에서 보이는 현실이 답답해서 쓴 넋두리 같은 글에 너무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창업 해볼까?’ 생각하는 대학생 후배 분들께 진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 경험과 주변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대학생 때 창업을 시도하면 포기해야 할 것들, 그것을 무릅쓰고 창업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 내가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가서 창업한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참, 후배들한테 이야기 하는 느낌으로 쓴 글이라 경어체가 아닙니다. 이해 부탁 드립니다. ^^

포기 해야 하는 것 (1) – 돈

돈 벌기 위해서 하는 사업인데 왜 돈을 포기해야 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업은 – 특히 대학생 때 하는 창업은 – High Risk, High Return이기에 초기 투자금은 날릴 생각을 해야 한다.

대학 이후로는 거의 독립해서 사는 외국과 다르게 한국 사회의 많은 대학생들은 집에서 등록금을 대 주고 용돈도 주는 ‘늦은 독립’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가 회사 자본금으로 필요한 돈 몇 천 만원 정도를 보통 어떻게 조달하나? 십중팔구 ‘가족/친지/친구(공동 창업자 포함)’의 돈이다.

그런데 일단 창업을 하는데 대충 얼마가 드는지 진자하게 계산해 본적이 있는가? 회사를 만들면 그날부터 모든 게 돈인데, 심지어 회사(=법인)를 만드는 데도 돈이 든다.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 들어와서 회사 하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은 회사 만드는 게 번거롭다고… 자기네 뒷마당 창고를 회사 주소로 할 수 있고 창업 절차도 간단한 그쪽과 다르게 사무실을 고르고, 법인 설립 등기를 하는 것 등등 매우 귀찮고 심지어 처음 해보는 서류 작업을 겪게 될 것이고 십중팔구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게 다 돈이다.
지하실에서 창업해서 몇 달 만에 투자 받았다고 하는 그네들의 이야기를 우리 이야기로 생각하지 마라. 회사를 유지하는 것에도, 적어도 세금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고 – 스스로 해결 하려고 했다가 본업을 소홀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그게 또 돈이다.

내 경험 상 법인을 만들고 1년간 유지하는 것을 모두 다 스스로 하지 않는 이상, 각종 법무/세무 대행 수수료와 세금 만으로 2 ~ 3백만원 정도는 들어갈 것이다. 이 돈은 결코 적지 않다.

일단 몇 백을 써서 회사를 만들었다고 치자.
자 이제 뭔가 사업을 진행 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을 하는 데는 돈이 든다. 상대적으로 가장 자본이 적게 들어간다는 인터넷/소프트웨어 창업 쪽을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본인이 개발 능력이 출중하지 않은 이상 외주를 주거나, 개발 잘하는 친구에게 얼마라도 주고 부탁을 해야 할 것이다. 외주를 주거나 친구에게 부탁을 하는 거 다 돈이다. 설령 본인이 개발을 잘한다 하더라도 대학생 창업팀에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개발, 디자인 빼고 잡무 전부 다 하는, 보통 CEO라 불리는 친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돈을 주고 외부 인력을 고용해야 할 것이다. 인턴이라는 미명하에 싼값이 부려(!) 먹는다 치더라도 1인당 최소 임금에 각종 부대 비용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한 달에 1인당 백 만원 이상은 나간다.

그렇게 해서 필요한 인력도 고용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간다고 치자.
처음 해보는 사업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예상했던 제품 개발 기간보다 두 배 정도 길어지면 다행이다. 석 달이면 될 것 같았던 일이 여섯 달, 아홉 달이 걸릴 수도 있다. 게다가 창업 멤버와 외부 인력이 학교를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시험 기간은 스케줄에서 아예 제외해라.

팀이 깨지지 않고 다행히 프토로타입 이상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치자. 여기서부터는 많이 다를 것이다. 웰빙 떡볶이 장사라면 당장 판매를 통해서 당장 얼마라도 돈이 돌아갈 것이고, IT 서비스라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쓰기 시작하겠지만 돈이 당장 수중이 들어올 가능성은 적다. 또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투자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시기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어떻게 보면 이제 조금 사업다워졌다고 볼 수 있는 시기니까.

자… 여기까지 오는 동안 돈이 얼마가 필요할 것 같나? 못해도 1~2천만원은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사업이 성공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여러분에겐 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이유로 외국 – 외국이래 봤자 우리가 소식을 주로 듣는 미국 – 보다 인수 합병에 인색한 것 같다.
그래서 여러분이 젊은 시절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쏟아서 만든 프로토타입 단계의 이상의 회사는, 진짜 흑자를 내는 단계로 들어서지 못하는 이상, 적당히 인수 당하는 게 아니라 허공으로 고스란히 날아가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러분들이 쏟은 시간에 다른 일 – 과외나 다른 알바 – 을 했을 때 얻는 기대 수익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대학생으로서 적지 않은 초기 자본금은, 날릴 생각으로 시작해야 한다.

(계속)

서울대 재학 시절 창업 동아리 SNUSV.net 활동을 통해 창업에 눈을 뜨고, 2005년 첫 창업을 했습니다. 곰플레이어로 유명한 그래텍에서 일한 후, 2011년 두 번째 회사를 창업해서 국내 최대의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로켓펀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인문-과학-예술 혁신 학교, '건명원’ 2기이며, 2002년부터 꾸준히 수련을 하고 있는 검도인입니다. www.rocketpunch.com/@min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