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High Output Management) – 앤디 그로브 : 당신은 훌륭한 관리자입니까?

실제로 본적은 없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여러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미 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책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가 그런 책이었다.

인텔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최고 경영자가 자기가 실전에서 배운 것들을 간결하게 풀어낸 이 책은 출판 직후부터 많은 경영자들의 찬사를 받았고, 나는 그들의 입을 통해 여러 번 이 책에 실린 내용을 접했기에, 결말을 알아버린 반전 영화에 흥미가 떨어지는 것처럼 책에 손에 가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볼 마음이 든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1. 작년에 정말 흥미롭게 읽었던 ‘하드씽’의 저자 ‘벤 호로위츠’가 자신의 책에서 ‘경영의 교과서’라 극찬
  2. 회사 인원수가 늘어 더 이상 내가 모든 구성원들을 관리할 수 없는 상황 도래

남의 입이 아니라 나의 눈으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를 읽은 소감은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하는 책은 다 이유가 있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꼭 직접 읽어보시길 권한다. 이 짧은 서평에 다 담을 수 없는 경영의 지혜가 흘러 넘치는 책이다.

관리자의 결과물은 그가 관리하는 조직의 결과물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앤디 그로브의 생각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관리자를 평가할 때 그가 관리하는 조직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개인 역량을 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관리자의 업무는 ‘관리를 통한 조직 단위의 성과 창출’이므로 그 관리자의 성과는 그가 관리하는 조직의 성과로 측정되어야 한다. 또 회사는 그 관점에서 관리자를 양성하고 임명하고, 조정해야 한다.

계획의 결과물보다 계획 과정이 더 중요하다.

앤디 그로브는 연간 계획을 아주 공들여 세우지만, 계획 과정의 진정한 결과물은 과정을 진행하면서 내리는 결정과 실질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그 계획이 완성된 후 그 결과 책자는 거의 들춰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텔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우리 같은 조직의 경우, 사업 계획은 훨씬 짧은 주기로 바뀌기 마련이지만, 사업계획서는 항상 있어야 한다. 그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나 역시 경험에서 배웠다.

관리자의 결과물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실천법 – ‘조직 교육’

관리자의 결과물은 그가 관리하는 조직하는 조직의 결과물이라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앤디 그로브는 그 결과물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방법으로 ‘조직 교육’을 제시한다.

이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레버리지’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관리자의 결과물 = 조직의 결과물 = L1 x A1 + L2 x A2 + …
(L : 레버리지, A : 관리자가 수행하는 활동)

관리 활동의 수나 들어가는 절대적인 시간을 현격하게 줄이는 것은 아주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레버리지를 높이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레버리지를 높이는 활동으로 저자는 크게 세가지를 제시한다.

  1. 한 사람의 관리자가 많은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칠 때
  2. 관리자의 간단명료한 말과 행동이 장기간에 걸쳐 구성원의 활동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때
  3. 독특하고 핵심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여 대규모 집단의 업무에 영향을 끼칠 때

교육은 3에 해당하는 활동으로 1, 2보다 훨씬 쉽게 실행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을 관리자의 부가적인 업무가 아니라 핵심 업무로 인지해야 한다.

관리자는 자신에게 익숙한 업무를 위임해야 한다.

위임의 딜레마 – ‘관리자에게 익숙한 업무와 익숙하지 않은 업무 중 무엇을 위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저자는 명쾌하게 제시한다.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바로잡기도 쉽기 때문에 자기에게 익숙한 일을 위임해야 한다’고…

이 책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출판된 책이다. 하지만 혼자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한다는 기업의 본질적인 목적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시간이 흐른다고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책] 사업을 한다는 것 (Grinding It Out) – 레이 크록

이 책은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Ray Kroc)’이 1977년에 썼다. 무려 40년 전에 집필된 책이 다시 한글로 번역되어 출판된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유니클로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추천하는 책’이라는 마케팅 전략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손정의, 야나이 다다시라는 두 사업 거장이 이 책에 대한 대담을 나눴을 만큼, 이 책에는 4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사업의 정수가 담겨있다. 레이 크록이 우리 모두가 아는 현대적 프랜차이즈 산업 그 자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사업을 한다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될 책이다.

나는 레이 크록이 고안한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한 이야기들이 특히 인상 깊어,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종이컵 판매를 늘리기 위해 테이크 아웃 모델을 제안하다.

레이 크록이 종이컵 세일즈맨이던 시절, 그는 매장 내에서만 식사를 제공하는 대형 레스토랑 체인에 테이크 아웃 모델을 제안했다. 부정적인 매니저를 설득하기 위해 테이크 아웃을 테스트 해볼 수 있도록 종이컴을 2~300개 무상을 제공했고,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 레이 크록은 이를 통해 큰 종이컵 구매 고객을 잡게 되었다.

판매 수수료 보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현대적 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들다.

레이 크록은 가맹점주들에게 판매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가맹점주들의 수익이 극대화 되지 않기 때문에, 아주 큰 비즈니스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았다. 수많은 시도 끝에 그와 그의 동료들은 햄버거를 미끼로 많은 사람이 오가게 만드는 상권을 형성한 후, 부동산 수익으로 돈을 버는 모델을 만들었고, 이 모델은 이후 스타벅스, 위워크 등 모든 미국 대형 프랜차이즈의 표준적 확장 전략이 되었다.

전국 단위의 TV 광고를 집행하기 위한 ‘가맹점주 전국광고기금’을 고안하다.

맥도날드의 가맹점주들은 독립적 사업자다. 전국 단위의 대형 광고 캠페인은 맥도날드 본사와 가맹점 모두에게 좋은 일인데, 가맹점주들이 광고 목적으로 출자한 기금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책이 마음에 드시는 분들은 레이 크록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파운더(2016)‘도 함께 보셔도 좋을 것 같다.

덧 – 레이 크록은 내가 태어난 지 10일 후에 폐렴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내가 태어날 때 세상을 떠난 사람의 지식도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는 참 멋진 세상에 살고 있다.

2018년 올해의 책

2018년 독서 목록

  1. 풋볼멘
  2.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3. 매치메이커스
  4. 스프린트
  5. 신의 위대한 질문
  6.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7. 어댑티브 리더십
  8. 하드씽
  9. 브랜드 갭
  10. Traction
  11. 지구의 정복자
  12.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마무리 못함)
  13.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4. 얼라이언스
  15. 어디서 살 것인가 – 서평
  16.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17.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마무리 못함)
  18.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19. 유태인의 상술
  20. 온워드
  21. 경영자 vs 마케터 – 서평
  22. Hooked(훅) – 서평
  23. Dataclysm
  24. 장마당과 선군정치

목표는 일주일에 한 권이었지만, 목표의 50%는 달성. 올 초에 시작한 독서 모임 덕이다.

2018년 올해의 책

나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내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책을 높게 평가한다. 그 기준에서 내가 선정한 올해의 책은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와 ‘장마당과 선군정치’ 두 권이다. 일본인이 남한에 관해서, 영국인이 북한에 관해서 쓴 두 책은 마치 마주 선 거울처럼 나를 앞뒤로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한국에 대해서 오래 연구한 일본 교토대 오구라 기조 교수가 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한국(=남한) 사람으로서의 내 모습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참고 – “모든 사람을 도덕으로 평가하는 나라, 그곳은 한국”)

‘장마당과 선군정치’는 북한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식량 원조 사업을 감독하기 위해 북한에 오랫동안 체류하기도 한 영국 SOAS 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헤이즐 스미스가 쓴 책이다. 온갖 추측과 소문들로 가득한 북한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나아가, 남한 사람으로서의 나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참고 – [장마당과 선군정치]북한은 계획경제가 아니다?)

[책] 훅 (Hooked) – 니르 이얄

페이스북이 생기기 전에, 과연 몇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밤중에 ‘아, 나는 아무래도 내 상태를 업데이트 해야겠어!’라는 생각을 했을까?

이 책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우리는 흔히 사업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비타민 vs 진통제’ 비유를 사용한다. 하지만 반론의 여지없이 거대한 비즈니스가 된 소셜 미디어는 이 구분법에 따르면 ‘비타민’에 해당하는 약한 사업 모델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그 사업이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불편이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그 불편이 크건 작건 ‘우리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 불편을 해결하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는가?’라고.

외로움을 느껴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고 싶은 감정은 인간에게 아주 작은 불편함일 뿐이다. 심지어 그 감정들은 전화 등의 방법으로 이미 해결되고 있었다. 소셜미디어가 어마어마한 사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불편한 감정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을 뿐만이 아니라, 그것이 아주 많은 사람들의 습관이 되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 나도 동감한다. ’비타민 vs. 진통제’ 프레임으로는 설명하기엔 부족한 성공을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습관을 만드는 모델, 훅(Hook)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된다.

계기 (Trigger)

사용자가 어떤 욕구를 느끼는 단계다. 내적 혹은 외적 계기가 있을 수 있다. 사람이 스스로 목마름을 느껴 ‘무엇인가 마시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내적 계기다. 하지만 사람이 어떤 음료수 광고를 보고 ‘아 나도 저걸 마셔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외적 계기다.

이 단계는 중요하지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즉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다.

행동 (Action)

사람들이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 단계인데,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가장 많은 단계다.

저자는 행동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Fogg 박사의 행동 모델을 소개한다.

Fogg 박사의 행동 모델 : 행동 = 동기 x 수행 능력

전화벨이 울리는데 우리가 그 전화를 받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 전화가 광고 전화인 것을 알고 일부러 받지 않았을 수 있다. 행동을 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두 손에 물건이 한가득 있어 받을 수가 없을 수도 있다. 이 때는 수행 능력이 없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의 동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므로, 수행 능력을 키워주는 것, 즉, 어떤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제공자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이야기 한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으로 가입하기’ 버튼을 같은 것이다. 웹사이트 회원 가입은 어렵다. 하지만 ‘페이스북으로 가입하기’ 버튼을 통해 웹사이트에 쉽게 가입할 수 있으면 사용자는 회원 가입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이런 행동 유도를 할 수 있는 심리적 장치들을 저자들은 다수 소개하는데, 개인적으로 책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희소성 장치

  • 쇼핑몰에서 ‘곧 품절’을 표시하거나,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N명의 사람들이 이 방을 보고 있다’ 같은 장치다.
  • 우리는 아마존에서 ’재고 14개 남음’ 같은 표시를 자주 볼 수 있다. 이 문구를 생각해보자. 가장 발달된 물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아마존이 그 제품이 품절 되었을 때 금새 재고를 늘릴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표시하는 걸까? 사실 그 전에 과연 14개 남은 것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인가?
재고가 14개 밖에 남지 않았다고 표시하는 아마존

액자 효과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같은 와인도 가격이 비싸다고 하면 더 맛있다고 평가하는 경향에 대한 이야기다. 같은 물건이라도 만 원짜리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보다, 이만 원짜리 가격표에 50% 할인이 붙어 있는 것에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닻 효과

  • 판단을 내릴 때, 어떤 기준점이 있는 것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경향이다.
  • 이것을 닻 효과로 분류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애플에서 핸드폰에 200만 원짜리 가격표를 붙이고 나니, 같은 브랜드의 200만 원짜리 노트북은 아주 저렴해 보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다.

‘가지고 시작하는 것’ 효과

  • 사람들이 수행해야 하는 행동이 있을 때, 중간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완료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심리에 대한 이야기다.
  • 다 채우면 공짜로 음료를 받을 수 있는 쿠폰을, 하나는 10개를 채워야 하는데 이미 두개는 채워져 있는 방식으로, 하나는 처음부터 8개만 채워야 하는 방식으로 주면, 전자가 훨씬 완료하는 비율이 82%나 높다고 한다.

가변적 보상 (Variable Rewards)

손잡이를 눌렀을 때 일정한 양의 먹이가 나올 때보다 매번 다른 양의 먹이가 나올 때 훨씬 자주 손잡이를 누르게 되는 동물 실험과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하는 인간의 행동이 이를 반영한다. 인간은 일정한 보상보다, 가변적 보상에 더 집착하는 심리가 있으므로, 이 가변성을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것을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싱글 플레이 게임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 하는 오픈 월드 게임의 중에서 사람들이 후자를 더 긴 시간 동안 플레이 하는 이유로도 이야기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내가 IT 산업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던 분께서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서비스를 만들 때 사람들이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틈을 열어줘야 한다. 모든 것을 설계자가 의도한 대로만 쓰게 하면 사람들은 금방 떠난다’. 결국 가변성에 대한 이야기다.

“환상은 비현실적이어야 한다” 는 철학자 라깡의 이야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을 이루고 나면,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투자 (Investment)

사람들은 자기들의 노력이나 시간이 투여된 것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매긴다. 자기가 만든 종이접기, 남이 만든 종이접기, 전문가가 만든 종이접기에 대해서 사람들이 매기는 가치에 대한 실험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우리가 만드는 것에 대해서 사용자가 어떤 것을 투자해 두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사용자의 데이터건, 사용자의 학습 시간이건, 사용자는 그 서비스나 제품을 떠날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 장이 흥미로웠던 것은 사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봐야 할 거리를 던져줬기 때문이다.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 이거 참 좋은데 왜 사람들이 안쓰지?’ 사람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법에 익숙해진다. 새로운 서비스로 넘어간다는 것은 그 과거의 투자로 인해 그 사람이 더 높게 평가하는 과거의 것을 뛰어넘을 만큼 우리가 제공하는 새 것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과연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그만큼 좋을까? 우리 조차도 우리의 노력이 들어간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 대해서 과대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좋은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잘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 책은 그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렌즈를 제공하는 좋은 책이다.


독서와 운동을 함께 하는 모임, ‘무이문’에서 소개한 책입니다. 함께하고 싶은 분은 여기에 정보를 남겨주세요.

[책] 경영자 vs 마케터 (War in the Boardroom) – 알 리스, 로라 리스

최근 마케팅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아져서, 얼마전에 읽었던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의 ‘온워드’ 다음으로 집어 들게 된 책이다. 온워드와 비슷하게 2010년쯤 샀던 책이니, 내 책장에서 9년 정도 나를 기다린 것이다.

내가 책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다. 마케팅 분야의 고전 ‘마케팅 불변의 법칙’, ‘브랜딩 불변의 법칙’을 쓴 저자는 이 책에서도 최대한 균형을 유지하며,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전달한다. 저자는 이 책의 쓴 목적을 ‘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경영자와 직관적인 판단을 하는 마케터의 인식을 줄이기 위해서’라 적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통계가 책 서두에 있다. 미국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원들 중에서 경영형 역할인 CEO, CFO, CIO의 평균 재직 기간은 각각 44개월, 39개월, 36개월인데, 마케터의 역할을 하는 CMO는 고작 26개월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사회에서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 CEO, CFO, CIO형 인물과 CMO형 인물의 의견 충돌이 빈번하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소수인 CMO형 인물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스스로 떠나는 경향을 보여주는 통계라는 설명이다. 왜 이 책의 원제를 ‘War in the Boardroom’라고 지었는지 알 것 같은 대목이다.

바쁜 분들은 이 책의 목차만이라도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당신이 경영자 역할이건, 마케터 역할이건 나와 다른 방식의 사고를 하는 동료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동시에 이 책은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첫 출간이 2009년 2월이었으니 이제 10년이 흐른 셈인데, 그 세월 동안 저자가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한 자신의 철학에 기초하여 판단한 사례들 중에서 틀린 것들이 생겼다. 대표적으로 이런 것들이다.

  1. 당시 아마존이 책에서 다른 모든 인터넷 쇼핑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전략이 아마존이 가지고 있는 ‘온라인 서점’의 공고한 브랜드가 흐려져서, 결국 성공적이지 못한 시도가 될 것이라 이야기 한다. 10년이 흐른 지금 아마존은 인터넷 쇼핑 그 자체가 되었다. 통칭 ‘Everything Store’
  2. 구글이 검색 외 다른 카테고리로 ‘구글 ㅇㅇ’ 같은 서비스를 내 놓는 것을 부정적으로 이야기 한다. 구글이 검색에서 가진 선도적 지위가 약해질 것이라고 이야기 하며, cuil 이라는 서비스가 구글의 검색을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cuil이란 서비스는 찾아보니 2010년경에 문을 닫았고, 구글은 정보 검색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통칭 ‘Search the World’
  3. 멀티미디어의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텔레비전이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2008년까지 미국인들의 평균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127시간으로 2007년보다 여섯 시간 늘어났는데, 인터넷 평균 이용 시간은 24시간에서 26시간으로 두시간만 늘었다는 통계를 덧붙인다. 10년이 지난 지금, 텔레비전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스마트폰에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빼앗긴지 이미 오래되었으며, 아무도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4.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더 단순한 새 운영 체제 출시를 제시한다. 보통 사람들이 컴퓨터로 하는 일은 웹브라우징, 이메일 확인, 음악 감상 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알려진 것처럼, 윈도우의 파편화는 MS의 발목을 잡았고, 그들은 지금 더 단순화된 OS 체계로 훨씬 잘 하고 있다. 아 물론, 저자의 제안은 스마트폰 OS들을 통해 해결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틀린 예측들이 몇개 있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와인이 숙성된 것처럼 지금 그 가치가 더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마케팅, 브랜딩 전문가가 대부분 옳은 말을 했는데, 왜 일부는 틀렸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므로, 10년이 지나 더 좋은 책이 된 것이다.

저자가 던지는 긴 메시지를 짧게 요약하자면 이정도가 될 것이다.

  1.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 속에 있는 어떤 상품 카테고리를 장악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2. 카테고리를 장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그 시간 동안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3. 카테고리를 장악한 브랜드를 다른 카테고리에 적용하려고 하면, 소비자가 가진 인식과의 충돌 때문에 보통 좋지 않은 결과가 생긴다.

참 맞는 말인 이런 원칙들이 왜 위 아마존, 구글 등의 사례에서는 틀린 것으로 나왔을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카테고리를 무엇으로 정의했느냐’일 것 같다. 제프 베조스는 처음부터 인터넷 쇼핑 분야를 전부 장악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는 시작점이 책이었을 뿐이다. 저자가 아마존의 카테고리를 ‘책’으로 한정하고 있었다면, 이는 맞는 말이지만, 순차적으로 모든 카테고리를 점유하는 전략이었다면, 아마존의 판매 상품 종류 확대는 자연스러운 것, 그리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인터넷 기반 산업의 게임의 법칙이, 전통 산업의 그것과 다른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변동 비용이 전통적인 제품 생산 비즈니스와 비교하면 거의 0에 수렴한다. IT 기업들이 각자의 비즈니스 최전성기에 50%가 넘는 영업 이익율을 찍을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현저히 적다. 전통 산업에서 새로운 카테고리에 제품을 출시하거나, 상점을 열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IT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카테고리에 진출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로 구글이 그들의 새로운 서비스를 전세계 동시에 출시하는데 추가되는 비용은 개발 비용이 비해서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인터넷 IT 서비스를 쓰는 자연스러운 패턴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인터넷 서비스의 본질적 UX는 ‘링크(Link)’다. 사람들은 링크를 따라 여러 페이지를 오가며 콘텐츠를 소비하고, 하려던 일을 한다. 전통 산업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다를 카테고리로 확장했을 때 얻을수 있는 건 친숙한 이미지 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를 보던 사용자에게 그 뉴스에 나온 지역을 지도에서 찾는 방법을 링크로 제공하고 그것을 ‘ㅇㅇ 포털 지도’라고 했을 때,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ㅇㅇ 포털에서 제공하는 지도’라는 브랜드 이미지 뿐만이 아니다. 사용자는 굳이 다른 방법으로 그 지역을 찾아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연결 그 자체가 훌륭한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이것을 어떤 신문 브랜드가 그 브랜드를 확장한 지도책을 판매하는 것과 비교해보자. 전통 산업에 비해 인터넷 기반 산업에서는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며 브랜드를 확장했을 때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는 훨씬 크고 또 자연스럽다.

저자는 전통 산업의 마케팅을 중심으로 자신의 지혜를 쌓아온 사람이다. 새로운 카테고리인 IT 산업에서 그의 통찰력이 다소 어긋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이야기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카테고리에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는, 그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더 일깨워주는 사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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