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와 사업 – 4단 승단에 부쳐

검도는 재미있는 투기(鬪技)다. 우선 체급이 없다. 키나 몸무게를 구분하지 않고 기술을 겨룬다. 또 제대로만 수련하고 있다면, 오랫동안 수련할수록 점점 더 빛을 발하게 된다. 그래서 신체적으로 강한 젊은 검도인들이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는 검도가 사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늘 하였다. 회사도 서로 경쟁하는 것에 있어서 체급을 구분하지 않고, 한 분야에 오랫동안 잘 집중한 회사는 언젠가는 빛을 발하게 된다.

검도에 중요한 네 가지가 있는데, 이것 역시 사업을 잘하는 방법과도 일맥상통한다.

一眼, 二足, 三膽, 四力 (일안, 이족, 삼담, 사력)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이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잘 보고 기회를 포착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사업에서도 시장의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발이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면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사업에서도 속도가 중요하다. 자주 이야기되는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린 스타트업‘ 같은 개념 모두 속도를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이야기다.

마음은 세 번째다. 마음이 약하면 스스로 무너져 패배한다. 사업을 할 때도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그 팀은 스스로 무너져 실패한다.

마지막이 비로소 힘이다. 강한 힘이 있으면 좋겠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큰 조직과 많은 자본을 가진 회사들이, 기회를 잘 포착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작지만 단단한 회사에 무너지는 것을 수없이 보았고, 앞으로도 보게 될 것이다.

 

2002년 검도를 제대로 시작한지 14년 만에 비로소 남을 가르칠 자격이 있다는 4단이 되었고, 2013년 시작된 로켓펀치는 4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진정한 깨달음은 삶에서 우러나는 것인데, 나는 기회를 잘 포착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단단한 회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2016년 봄, 서울대학교 검도부 홈커밍데이>

2013 서울대-동경대 검도 교류전 후기

서울대 검도부에서는 매년 12월 동경대 검도부와 교류전을 가진다. 서울과 도쿄에서 번갈아 가면서 개최하는데 2013년 교류전은 12월 26일 서울에서 열렸다.

졸업 후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교류전은 참석하지 못하고,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만 참석 중인데, 올해 느낀 점이 많아 간략히 정리한다.

(1) 운동 부족에서 비롯된 실망스러운 내 경기력

2008년에 1:1로 비겼고, 2011년에는 1:2로 패배, 그리고 올해는 0:2 완패. 점수도 점수지만 경기 내용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Pristones 시작 후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이 뜸해져서, 체중은 불어나고, 체력은 떨어지고, 기술은 무뎌진 상태였지만, 늘 운동을 함께 했던 검도장 동료들과 했을 때는 대충 어떻게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20대 초반 피지컬에 한참 운동 열심히 하고 있는 나와 운동 경력이 비슷한 동경대 친구들과의 시합은 이 나태해진 몸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변명할 여지도 없을 만큼 경기력에서 완벽하게 밀렸기에 나의 나태함이 부끄러울 뿐이다. 올해부터는 운동 다시 제대로 좀 해야겠다.

(2) 손목기술

내 현재 시합 스타일이 손목에 다소간의 약점이 있는데 최근 동경대 교류전에서 잃은 5포인트 모두 손목 기술이었다. 동경대 쪽의 손목기술이 매우 좋은 것도 있지만, 내 약점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된 것 같다.

(3) 고바야시 히데오 선생님의 가르침

운동 후 강평 시간에 대게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를 짧게 하시던 선생님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굉장히 길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셨고, 앞으로 몇 년간 신경 써 고쳐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여 아래에 정리했다.

  1. 선의 선 : 5단까지는 상대보다 먼저 기술을 거는 연습을 많이 할 것. (5단까지라고??)
  2. 기합에 대하여 : 잔심(존심)의 개념까지 연결되는 긴 이야기를 하셨는데, 결과적으로 마지막 기합은 코로 나와야 한다는 가르침. 왜 고단자 선생님들의 기합이 그런 오묘한 느낌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런 기합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정석적으로 되어야 한다.
  3. 승부 근성에 대하여 : 가장 충격적이었던 가르침. 보통 고단자가 되어 가면서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바른 자세, 제대로 된 칼’을 추구해야 된다고 배우게 된다. 그런데 이날 ‘꼭 이기겠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마지막에 하시더라. 물론 그렇다고 자세를 엉망으로 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겠지만, ‘바르게 하고 와야지’라는 생각을 하던 경기 전 나의 모습이, ‘져도 괜찮아’라는 나약한 마음가짐의 변명이었던 것 같아 크게 부끄러웠다.

 

2015년 교류전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임할 수 있기를.

vs. 東京大 古賀啓二(Koga Keiji)

 

‘Kaeshi-do’
I practiced two years for this moment.
How can I ever forget this new chapter of my kendo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