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High Output Management) – 앤디 그로브 : 당신은 훌륭한 관리자입니까?

실제로 본적은 없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여러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미 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책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가 그런 책이었다.

인텔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최고 경영자가 자기가 실전에서 배운 것들을 간결하게 풀어낸 이 책은 출판 직후부터 많은 경영자들의 찬사를 받았고, 나는 그들의 입을 통해 여러 번 이 책에 실린 내용을 접했기에, 결말을 알아버린 반전 영화에 흥미가 떨어지는 것처럼 책에 손에 가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볼 마음이 든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1. 작년에 정말 흥미롭게 읽었던 ‘하드씽’의 저자 ‘벤 호로위츠’가 자신의 책에서 ‘경영의 교과서’라 극찬
  2. 회사 인원수가 늘어 더 이상 내가 모든 구성원들을 관리할 수 없는 상황 도래

남의 입이 아니라 나의 눈으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를 읽은 소감은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하는 책은 다 이유가 있다’로 정리할 수 있겠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꼭 직접 읽어보시길 권한다. 이 짧은 서평에 다 담을 수 없는 경영의 지혜가 흘러 넘치는 책이다.

관리자의 결과물은 그가 관리하는 조직의 결과물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앤디 그로브의 생각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관리자를 평가할 때 그가 관리하는 조직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개인 역량을 평가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관리자의 업무는 ‘관리를 통한 조직 단위의 성과 창출’이므로 그 관리자의 성과는 그가 관리하는 조직의 성과로 측정되어야 한다. 또 회사는 그 관점에서 관리자를 양성하고 임명하고, 조정해야 한다.

계획의 결과물보다 계획 과정이 더 중요하다.

앤디 그로브는 연간 계획을 아주 공들여 세우지만, 계획 과정의 진정한 결과물은 과정을 진행하면서 내리는 결정과 실질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그 계획이 완성된 후 그 결과 책자는 거의 들춰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텔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우리 같은 조직의 경우, 사업 계획은 훨씬 짧은 주기로 바뀌기 마련이지만, 사업계획서는 항상 있어야 한다. 그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나 역시 경험에서 배웠다.

관리자의 결과물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실천법 – ‘조직 교육’

관리자의 결과물은 그가 관리하는 조직하는 조직의 결과물이라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앤디 그로브는 그 결과물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방법으로 ‘조직 교육’을 제시한다.

이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레버리지’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관리자의 결과물 = 조직의 결과물 = L1 x A1 + L2 x A2 + …
(L : 레버리지, A : 관리자가 수행하는 활동)

관리 활동의 수나 들어가는 절대적인 시간을 현격하게 줄이는 것은 아주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레버리지를 높이는데 집중해야 하는데, 레버리지를 높이는 활동으로 저자는 크게 세가지를 제시한다.

  1. 한 사람의 관리자가 많은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칠 때
  2. 관리자의 간단명료한 말과 행동이 장기간에 걸쳐 구성원의 활동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때
  3. 독특하고 핵심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여 대규모 집단의 업무에 영향을 끼칠 때

교육은 3에 해당하는 활동으로 1, 2보다 훨씬 쉽게 실행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을 관리자의 부가적인 업무가 아니라 핵심 업무로 인지해야 한다.

관리자는 자신에게 익숙한 업무를 위임해야 한다.

위임의 딜레마 – ‘관리자에게 익숙한 업무와 익숙하지 않은 업무 중 무엇을 위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저자는 명쾌하게 제시한다.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바로잡기도 쉽기 때문에 자기에게 익숙한 일을 위임해야 한다’고…

이 책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출판된 책이다. 하지만 혼자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한다는 기업의 본질적인 목적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시간이 흐른다고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고정비용의 위험성과 스타트업의 의사 결정

‘공간건축’이라는 곳이 있다.

꽤 유명한 건축사무소인데, 무엇보다 대학로 가는 길에 있는 고즈넉한 본사 건물로 유명한 곳으로, 나도 작년 봄에 대학로 산책 가던 길에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신사의 품격 촬영지로도 쓰였다고 한다.)

– 2012.04, 공간 건축 본사

며칠전 중앙일보에 이 건축사무소가 부도가 났다는 기사(공간건축 부도 충격 … “건축 살길은 전문화” 한목소리)가 실렸는데, 사실 이 건축사무소 뿐만이 아니라 국내 건축사무소 시장 상황 전체가 안좋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사 중에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대형설계사무소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노무현 정부가 주도한 국가 균형발전정책 등으로 정부의 공공사업 발주가 이어졌고, 주택시장의 활황으로 아파트와 상업건물 건설도 증가했다. 설계사무소들은 대형사업을 따내기 위해 앞다퉈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공공건물 발주가 급격히 줄어들고, 아파트 시장도 냉각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고정비용(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을 게 틀림없는데, 이는 잘나가던 회사를 망하게 하는 굉장히 흔한 실수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실제로 세계대전 시절 단추 같은 군수 물자를 생산하던 회사들도 생산 시설을 어마어마하게 늘렸다가 전쟁 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부도, 세계경제대공황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

상대적으로 회사의 규모가 작은 IT 스타트업의 경우 고정비용 관리에 대해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1. 쓸데 없이 비싸고 넓은 사무실과 인테리어
  2. 구성원에 대한 과도한 급여나 복지 시스템
  3. 성급한 인력 확대 (IT 회사라면 비개발 분야)
1, 2는 너무 뻔한 이야기인 것 같고 3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바로 스타트업에게 빈번히 발생하는 다음과 같은 상황들 때문이다.

상황 A) 이 사람을 지금 뽑아야 할까?

현재 우리 팀은 개발진을 포함, 역할별 인원이 완벽하게 준비된 6명의 초기 스타트업으로 당분간 충원 계획이 없다. 그런데 전부터 알고 있던 굉장히 유능한 인재(현재 연봉 높음)가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사람이 합류해도 현재 프로젝트 진행 단계에서는 할 일이 크게 없어서,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고 해도 본인의 실력을 발휘하는 시기는 6개월 정도 후가 될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구하려고 해도 구하기 쉽지 않은 훌륭한 인재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기존 멤버에 준하는 대우를 해 줘야 해서 고정비용(인건비)이 15% 이상 증가하게 될 것이다. 입사 제안을 해야 할까?

 

상황 B) 이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할까?

현재 우리 팀은 10명 정도 되는 팀으로, 진행 중인 현재 프로젝트가 ‘대박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IT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외부 제안이 들어와서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성공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판단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명이 필요한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때문에 우리 팀 내에서는 여력이 없는 상황으로 동시에 추진할 경우 기존 사업의 속도가 떨어질 것이다. 외부에서 인력을 선발할 경우 최소 6개월 정도는 신규 인건비를 100%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일을 진행해야 한다. (즉, 신규 프로젝트로 돈이 들어오는 시기는 보수적으로 6개월 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까?

 

경험상 스타트업이라면 굉장히 빈번하게 접하는 의사결정 상황인데, 당연히 정답은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할 수 밖에… 다만, 경험이 좀 쌓이다 보니 B와 같은 상황서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대안을 탐색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외주 업체’의 활용이다.

IT 회사 대표의 경우 외부 개발진과 일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 사실 나도 그렇다 – 경우에 따라 외부 개발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사업의 훌륭한 기술인 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하게 되었다.

B의 상황에서 외주 개발팀에게 업무를 의뢰할 경우,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을 것이다.

  • ‘불확실한’ 고정 비용의 최소화: 인력을 선발할 경우 프로젝트가 중단된 경우에도 그 인력을 계속 유지해야 하므로 예상치 못한 고정 비용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은 반면, 외주 개발의 경우 계약 비용 이상으로 돈이 나갈 경우는 적음
  • 신규 인력 선발에 신경을 안 써도 됨: 팀에 합류하는 사람들이라면 ‘실력’ 외에도 기존 팀웍을 헤치지 않기 위해서 ‘성향’ 같은 요소도 많이 봐야 하는데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음, ‘시간’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고 절대적인 무형의 자원인 것을 생각해보면 이 역시 큰 장점

사업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초기 스타트업 뿐만이 아니라 큰 투자를 받거나 BEP를 돌파하거나, 심지어 상장한 회사들도 이런 고정 비용의 위험성에 대해서 간과하게 되면 결국 ‘방만한 경영’의 결과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사업의 시기에 상관 없이 늘 조심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