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첫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다섯 가지


2002년 서울대학교 창업동아리 SNUSV.net 가입을 통해 사업 세상에 발을 들인 이후로, 새로운 것들을 배울 때 이따금씩 ‘아… 내가 이것을 좀 더 빨리 알았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 때가 있었다. 내가 했던 실수들을 다른 누군가가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가 첫 창업을 하기 전에 미리 알았으면 참 좋았을 다섯 가지 주제를 정리해 본다.

(1) 진짜 기업가 정신 :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나?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부풀려지는 사업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사업의 모습과 그 사업을 만들어가는 진짜 기업가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창업 전에 이를 이해하는 것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자인 폴 그레이엄 에세이만한 것이 없는 같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추천할만한 세 가지를 골랐다.

<폴그레이엄 에세이>

이와 함께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께서 쓰신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2) 린 스타트업 : 사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기업가 정신을 마음에 담았다면, 이제 진짜 무엇인가를 해나가야 하는데, 그 방법 중에 에릭 리스의 도서 ‘린 스타트업’에서 이야기 하는 전략보다 더 나은 것은 나는 아직 배우지 못했다.

해당 도서는 가급적이면 원서를 읽으시길 추천한다.

(3)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하나

‘눈을 감고 운전할 수는 없다’는 문장에는 100%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사업을 하다 보면 눈을 감고 운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계량 경영학’이라고 통칭되던 것들이 창업 세계에서는 ‘린 분석’이나 ‘그로스 해킹’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 되었다.

그로스 해킹에 대한 위 두 글은 본인이 작성한 글로, 글에서 언급되는 ‘프라이스톤스’는 현재 ‘로켓펀치’의 전신인 회사다. ‘그로스 해킹 – 성장의 시대를 위한 안내서’는 본인이 집필한 책이다.

(4) 진짜 사업계획서와 진짜 프레젠테이션 : 사업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1. 진짜 사업계획서

우리가 보통 ‘사업계획서’라고 할 때 흔히 떠올리는 두꺼운 책 같은 사업계획서는 현재의 창업 환경과는 맞지 않다. 진짜 좋은 사업계획서는 아주 간결하게 사업에 대해서 전달해야 하는데, 구글 등에 투자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쿼이아 벤처캐피털은 발표 슬라이드 15에서 20장 이내로 다음 항목들을 언급할 것을 추천한다.

<Sequoia Capital – Writing a Business Plan>

  • 회사의 목적 (Company purpose) : 회사의 목적을 명확하게 이야기 해야 한다.
  • 풀고자 하는 문제 (Problem ) :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큰 문제를 해결할 수록 큰 가치(돈)를 만들 수 있다.
  • 문제의 해결 방법 (Solution) :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언급한다.
  • 왜 지금인지 (Why now) : 아주 중요한 문제다. 사업 아이템은 반드시 적절한 시기를 만나야 꽃을 피울 수 있다. ‘배달의 민족’ 같은 모바일 기반 배달 정보 제공 사업을 아직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2000년대 초 중반에 시작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 시장의 크기 (Market size ) : 투자가는 합리적이기 때문에 작은 시장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풀고자 하는 문제와 직결되는 내용이다. TAM, SAM, SOM이라는 시장 분석 방법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 경쟁 상황과 경쟁 우위 (Competition) : 경쟁자들을 언급하는것 뿐만이 아니라 왜 우리가 이 사업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경쟁자는 반드시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그들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강력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 제품 (Product) : 구체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제품에 대한 설명이다.
  • 사업 모델 (Business model) : 어떻게 돈을 버는지 언급한다.
  • 팀 (Team) : 창업자를 포함한 주요 구성원과 자문단(Advisors)들을 언급한다.
  • 재무 계획 (Financials) : 재무 상태에 대한 언급과 함께 투자 희망 금액을 언급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는 ‘문제’다. 문제가 잘못 정의되면 뒤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은 무의미한 것이 된다.  처음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제품’에 대해서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말 잘못된 것이다. ‘문제’와 ‘해결 방법’만 옳은 방향으로 정의되면, 그것의 구체적인 형태인 ‘제품’의 형태는 여러번 바뀌면서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은 린 스타트업 전략과도 연결되는 이야기다.

2. 진짜 프레젠테이션

프레젠테이션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는 정말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 모든 내용들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야기가 있는가?’이다. 프레젠테이션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녹아 있어야 한다. 수많은 우수한 사업 소개 프레젠테이션 사례 중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늘 2010년 테크크런치 디즈럽트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우승한 Qwiki (2013년 야후!가 인수)를 꼽는다.

  • Qwiki 발표 영상

프레젠테이션에서 ‘이야기’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의 TED 에서 발표 내용도 꼭 보시길 권한다.

  • 세스 고딘 – 우리가 이끄는 부족

그리고 좋은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와사키의 10/20/30 법칙을 꼭 이해해야 한다.

  • 가이 가와사키 – 파워포인트의 10/20/30 법칙

The 10/20/30 Rule of PowerPoint

(5) 법률과 계약서 : 사업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까?

사업을 키워가는 일 못지 않게, 그 만들어진 것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사업이 그 아이템 자체의 한계로 무너지는 경우 외에,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사업을 둘러싼 공동 창업자, 직원, 사업 파트너, 투자자 간의 불화다. 이 불화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불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상호 간의 약속인 ‘법률적 계약’을 잘 맺어야 한다. 이는 특히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한국적 문화와 맞물려 해외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계약을 꼭 맺고, 잘 맺는 것은 창업자의 책무 중의 하나다.


회사를 시작하기 전에 조금 더 시간이 허락 된다면, 아래 책과 글들도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